**루트에 대한, 대화 **
March 2021
Sound Object Installation
@SeMA 창고 서울 시립 미술관
모종의 신호를 교환하는 사물들의 관계망 안에서 ‘소리적 사건’이 발생하는 다이애나밴드의 개인전 《루트에 대한, 대화》는
‘사물-소리-움직임’ 사이의 비언어적인 대화들, 인과적이지 않은 평평한 관계성에 주목한다.

‘루트’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네트워크의 장치들은 모두들 ‘루트’가 누구인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다. 그것은 ‘a’의 다음에 있는 ’s’를 통해서, ’d’를 향해서 ‘f’번 진행한 곳에 있다. 또는, 그것은 ‘b’ 의 옆에 있다는 ‘y’를 경유해서, ’d’로 접속한다음에 ‘3’번을 진행해도 같은 곳이다. 그것은 너무나 자명한 것이지만, 언제 어느 순간 루트가 사라질지 아무도 모른다. 그들은 ‘루트’가 있는지에 대해서 말하고, ‘루트’가 없어지지 않았는지 때때로 확인한다. ‘루트’가 사라진 적이 있기는 했었다. 다만, 그것에 대해서 아무도 기억하고 있지를 못한다. 루트가 사라지면, 차례차례 모두가 사라진다고만 알고 있다. 그리고, 루트가 나타나면, 우리는 다시 존재하기 시작한다고들 한다.
드럼통, 가방, 플라스틱 호스, 가스통 등 <루트에 대한, 대화>에 등장하는 사물들은 다양한 색, 재질, 모양으로 이루어져 있고, 미세하게 떨거나 슬쩍 스치 거나 지속적으로 치거나 자신을 회전시켜 소리를 만든다. 그들은 홀로 소리를 낼 때도 있고, 둘 셋이 연대하여 소리를 내거나 많은 사물들이 같이 소리를 내 거나 모두 조용할 때도 있다.
사물은 개별적으로 무선통신모듈을 지니고 있어, 다른 사물들과 모종의 신호를 교환하며, 서로를 파악한다. ‘루트’라는 보이지 않는 관계망 안에서 움직임과 소리를 만들어내는 사물들, 존재들이다. 그래서 그들은 다른 사물들의 반응을 주시하며 소리를 낼지 말지 눈치를 보는 것이다.
사물은 각자의 소리, 움직임을 표현하는 방법과 시점을 자신이 결정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되어 있다. 자신의 발화로 인해 발생하는 관계는 스트레스를 동반하며, 침묵의 시간이 지난 후에야 스트레스가 풀어진다. 그들의 행위는 사물 세계의 에너지에 영향을 주고, 그것은 다시 사물들의 행위에 영향을 준다.
사물들이 내는 소리는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면 소음에 불과하지만 서로 간의 상호작용이 이루어지는 장으로 이해했을 때, 그것은 언어가 되고 대화가 될 수 있다. 숲에 들어갈 때는 숲이라는 완전한 세계에 손님이 되듯이 <루트에 대한, 대화>에서는 사물들이 구축한 세계에 인간이라는 외계적 존재가 되어 사물을
만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루트에 대한, 대화》에 대한, 단서들, 전시서문 | 여혜진
사물-생태계, 사물의 하모니 | 유은순
<루트에 대한, 대화> 도록 오디오북











기획 | 여혜진
그래픽 디자인 | 들토끼들
영상·사진 기록 | 우에타 지로
퍼포먼스 협업 | 여다함
앉는 기물 제작 | 무진동사
후원·주최ㅣ서울시립미술관